가끔 서울에 있는 형네 집 아파트에 가게 되면 뭐랄까 밀폐된 비닐 안에 들어온 느낌이다.
모든 게 너무 편하고 쉬운데,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뭘까?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마장도 규격화되고 운영자 중심의 효율성이 극대화되어 있는 아파트 형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가, 웃풍이 있어야 잠을 깊게 잘 잘 수 있다는 짝꿍은 여기 마장을 그렇게 좋아하나 보다.
마장에 도착하면 하는 첫번째 일은 바로 말 찾기!
사부님은 말들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
왜 그러신 건지 나중에 여쭤보니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더라.
인위적인 길이 아닌 곳을 같이 걸어오는 것부터가 교감의 시작이라고 하셨다.
너네들 오늘은 어디에 묶여있는 거니?
자유롭게 방목하면서 들판에 자라난 풀을 뜯어먹으며 생활하고 있는 말들의 위치를 찾는 일부터 해야 한다.
선배님의 경험담을 이야기하자면 말 찾는데만 1시간 이상 걸린 적도 있다고 한다.
겨우 찾은 말친구에게 잘 지냈니 하고 인사를 건네면서 구석구석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묶여있는 곳에 뜯어먹을 풀은 남았는지 주변환경을 점검해 놓고 승마가 끝나고 나서 어느 위치에 묶어놔야 하는지를 미리 결정해 놓는다. 연습장까지 데리고 오면서 언덕, 계단, 가시덤불을 헤치며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승자의 워밍업과 초집중력은 상호 교감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신다.
그렇게 연습장에 기껏 데려와 물 먹이고 한눈을 판 사이에 휘리릭 도망간 세미(선배님의 짝꿍말)를 찾는다고 또다시 ㅠㅠ 미쵸미쵸
평보연습에 이어 이번에는 속보연습이다.
평보연습에 이어 속보연습합니다.
하나~둘~하낫~둘
쉬지 않고 속보 10바퀴는 뛸 수 있어야 기승을 할 수 있다는데... 어이쿠 5바퀴만 했는데도 힘들다.
사부님이 말과의 관계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는 부분은 바로 '카리스마'이다.
왕초보가 이미 많은 경험이 있는 말을 한 번에 만족시킬 수는 당연히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시를 당하면 안 된다는 게 포인트.
내가 오늘 너랑 10바퀴를 돌겠어라고 마음을 정했다면, 말이 가다가 멈추고 딴청을 피우더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끝까지 목표를 완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줘야 한다는 거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선,
체력도 부족하고 아직까지 그렇게 재미를 못 느낀 나로선 욕심을 부리지 않고 체력이 허락하는 안에서 적당히 5바퀴 구보를 하는 걸로 마음을 먹겠습니다. ㅎㅎㅎ
말이 처음에 가다가 마음대로 멈추고, 방향을 틀더라도 억지로 강단 있게 밀고, 끌고 하다 보면 결국은 연습된 루트에 맞춰 따라오게 된다고 한다.
즉, 말이 나의 리드 '카리스마'에 맞춰 따라올 때까지 내가 두 발로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러기엔 나의 체력이 너무 부족하다.
ㅎㅎㅎ
승마, 편한 운동이 절대 아니라는 게 오늘의 결론이다.
그 모든 과정을 견뎌내고 기승을 하고 있는 짝꿍을 보니, 나는 언제 타나? 욕심만 앞서는구먼.
훈련이 끝나고 '우주'와 '세미'를 다시 데려다주는 풍경과 저물어가는 햇살이 참 몽글몽글하다.
절대 아파트식 마방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장면이지 않을까?


[[오늘의 상식]]
Q. 왜 새끼말은 안 묶어놓고 그냥 풀어놓고 방목하고 있나요?
A. 말은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이라 몇 마리만 묶여있으면 안 묶여있는 말이라도 도망가지 않고 동료나 엄마 근처에 맴돌아서 괜찮다고 합니다.
**말의 군집특성**[제미나이검색]
1. 명확한 서열 구조 (Hierarchy)
무리 내에는 반드시 우두머리가 존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힘이 가장 센 수말이 아닌, 경험이 많고 영리한 암말이 무리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 질서 유지: 서열이 정해지면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고 평화롭게 공존합니다.
- 기승자와의 관계: 승마 시 사람이 말의 우두머리(리더)라는 확신을 주어야 말이 안심하고 지시에 따릅니다.
2. 강력한 귀소 본능과 동료애 (Herd Instinct)
혼자 있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하며 동료 곁에 머물려는 성질이 강합니다.
- 동조 행동: 한 마리가 놀라 뛰기 시작하면 나머지 말들도 이유를 묻지 않고 함께 뜁니다. 이는 야생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었습니다.
- 분리 불안: 동료들과 떨어지면 소리를 지르거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3. 경계와 감시 분담
군집 생활은 '휴식'을 가능하게 합니다.
- 불침번: 무리 전체가 한꺼번에 깊은 잠에 들지 않습니다. 일부가 서서 졸거나 풀을 뜯는 동안 다른 말들이 누워 자며, 위험이 감지되면 즉시 신호를 보냅니다.
- 360도 감시: 말의 눈은 머리 옆면에 붙어 있어 시야가 매우 넓은데, 여러 마리가 모여 있으면 사실상 모든 방향의 포식자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4. 비언어적 의사소통
말들은 소리보다는 바디랭귀지를 통해 무리 내에서 대화합니다.
- 귀의 모양: 귀를 뒤로 눕히면 거부나 분노, 앞으로 쫑긋 세우면 호기심이나 경계를 의미합니다.
- 몸의 접촉: 서로 갈기 부분을 이빨로 긁어주는 '그루밍(Grooming)'을 통해 유대감을 쌓고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Q. 속보(Trot)?
A. 말의 보법 중 두 번째 단계로, 평보(Walk) 보다 빠르고 구보(Canter)보다는 느린 2절도(2-beat) 리듬의 움직임입니다.
**속보의 주요 특징과 자세**[제미나이검색]
1. 속보의 메커니즘
속보는 말의 대각선 방향 두 다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 리듬: '하나-둘, 하나-둘' 하는 규칙적인 박자로 움직입니다.
- 반동: 평보와 달리 위아래로 튀어 오르는 강한 반동이 발생합니다. 이 반동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기승자의 실력이 나뉩니다.
2. 기승 방법 (두 가지 핵심 자세)
속보 시 발생하는 반동에 대응하기 위해 주로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합니다.
- 경속보 (Rising Trot): 말의 반동에 맞춰 기승자가 안장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방식입니다.
- 말의 다리가 '하나'에 나갈 때 골반을 앞으로 밀어주듯 일어나고, '둘'에 부드럽게 앉습니다.
- 말과 기승자 모두의 체력 소모를 줄여주며, 장거리 승마 시 유용합니다.
- 좌속보 (Sitting Trot):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고 말의 반동을 몸으로 흡수하며 앉아 있는 방식입니다.
- 허리와 골반의 유연성을 이용해 말의 움직임을 따라가야 합니다.
- 말을 더 세밀하게 제어하거나 구보로 넘어가기 전 준비 단계에서 주로 활용합니다.
3. 초보자를 위한 팁
- 시선 처리: 바닥을 보지 말고 멀리 앞을 바라보세요. 시선이 떨어지면 자세가 무너지고 균형을 잡기 어렵습니다.
- 뒤꿈치 내리기: 반동 때문에 몸이 흔들릴 때, 뒤꿈치를 아래로 지그시 눌러주면 하체가 안정되어 균형 잡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 힘 빼기: 반동을 이기려고 몸에 힘을 주면 오히려 더 높이 튀어 오르게 됩니다. 호흡을 내뱉으며 몸의 긴장을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속보를 배워야 하는 이유
속보는 말의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키고, 기승자의 밸런스와 리듬감을 키우는 데 가장 좋은 훈련입니다. 속보가 안정되어야 비로소 다음 단계인 활기찬 구보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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